상세정보
상실과 애도를 위한 연민기반접근

상실과 애도를 위한 연민기반접근

저자
다르시 L. 해리스외 1명
출판사
박영스토리
출판일
2026-08-31
등록일
2026-10-13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38MB
공급사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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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역자 서문
이 책을 번역하게 된 출발점은 하나의 질문이었다.
“우리는 상실 이후에 남겨진 고통을 충분히 돌보고 있는가?”
오랜 시간 함께해 온 초등학교 동창이자 임상전문가인 고선규 박사(한국심리학회 자살예방위원회위원장)와 한국심리학회 자살예방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우리는 반복해서 이 질문과 마주하였다. 고 박사는 자살 심리부검과 자살 사별자 지원 현장에서 오랜 임상 경험을 쌓아 온 전문가로서, 상실 이후 남겨진 고통이 얼마나 복합적이며 장기적으로 지속되는지를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마주해 왔다. 나는 마음챙김-자기연민(Mindful Self-Compassion, MSC) 수행과 지도자로 활동하며, 고통을 제거의 대상으로 삼기보다 고통과 함께 머무는 태도가 개인과 공동체에 가져오는 변화를 탐구해 왔다. 서로 다른 실천의 자리에서 출발했지만, 우리의 문제의식은 하나로 수렴되었다. 애도는 왜 여전히 고립된 경험으로 남아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그 곁에 어떤 방식으로 설 수 있는가.
동시에 우리는 교육대학원에서 학교 교사와 학교 현장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을 교육하며, 학교 공동체가 경험하는 다양한 상실과 위기를 직접 듣고 마주해 왔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교사 집단에 집중되었다. 교사는 학생의 죽음, 자살 시도, 사고와 질병 등 반복되는 상실을 경험하면서도 동시에 ‘돌보는 자’의 역할을 지속해야 하는 위치에 놓인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충격과 슬픔을 충분히 애도할 시간과 공간, 그리고 이를 표현할 언어를 확보하지 못한 채 다시 일상적 책무로 복귀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애도의 필요는 절실하지만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받기 어려운 자리이기도 하다. 교사를 위한 애도 프로그램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애도와 연민을 이론적·임상적 차원에서 다시 성찰하고 재구성할 필요성을 절감하였다.
그 과정에서 만난 책이 『Compassion-Based Approaches in Loss and Grief』이다. 이 책은 애도를 병리화하거나 조속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보지 않는다. 대신 상실을 관계적 · 사회적 맥락 속에서 이해하며, 연민을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배우고 길러갈 수 있는 임상적 태도로 이야기한다. 여기서 애도는 죽음에만 한정되는 경험이 아니다. 관계의 단절, 역할의 상실, 건강의 악화, 정체성의 변화와 같은 삶의 다양한 상실 또한 애도의 영역에 포함된다. 슬픔은 제거의 대상이 아니라 존중받아야 할 인간 경험이며, 연민은 그러한 경험과 함께 머물 수 있도록 하는 태도이자 실천이라는 점을 이론적 논의와 임상적 적용을 통해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이 책을 통해 분명해진 것은 두 가지이다. 첫째, 연민은 개념적 선언이 아니라 체화되어야 할 태도라는 점이다. 둘째, 애도는 개인의 적응 문제로만 볼 수 없는, 관계 속에서 함께 감당해야 할 과제라는 점이다. 이는 자살, 사고, 질병, 재난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도 집단적 애도를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는 오늘의 한국 사회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고통을 신속히 해소해야 할 과제로만 보지 않고, 이를 개인의 회복력 부족 문제로 축소하지 않을 때, 우리는 고통과 함께 존재하는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한 가능성은 개인의 치유를 넘어 공동체의 회복과도 연결된다.
이 책이 독자 여러분에게 새로운 시선으로 생각해 볼 작은 전환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누군가의 슬픔 앞에서 어떻게 응답해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자신의 상실을 오래 홀로 감당해 온 이들에게, 돌봄의 자리에서 소진을 경험하는 이들에게 이 책이 하나의 이론적 틀과 실천적 언어를 제공하기를 기대한다. 연민 기반 애도가 우리 사회 안에서 보다 성숙하게 자리 잡는 데 이 책이 작은 기여가 되기를 바란다.
끝으로, 이 번역 작업은 연민과 애도를 함께 공부하던 스터디 모임에서 시작되었다. 이 책을 읽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이 논의가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질 필요가 있다는 데 뜻을 모았고, 그 연장선에서 번역을 결심하게 되었다. 번역에 함께해 준 강보영, 김소연, 권유진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빠듯한 일정 속에서도 서로의 관점을 나누고 문장을 함께 다듬어 가며 6개월이라는 시간 안에 이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의 성실한 협력 덕분이었다. 또한 스터디 과정에 함께하며 사유의 폭을 넓혀 준 백혜영 선생님께도 고마움을 전한다. 직접 번역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함께 나눈 대화와 질문들이 이 작업의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스터디의 자리에서 시작된 논의가 한 권의 책으로 이어진 과정은 우리 모두에게 뜻깊은 경험이었다.
이러한 과정 자체가 우리에게 하나의 중요한 배움이었다. 이 책이 말하듯, 고통을 함께 견디는 일은 언제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이번 번역 또한 그러한 협력의 결실이다. 그 모든 인연과 수고에 깊이 감사드린다.
2026년 8월
대표 역자 신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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