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소개
을 통해 우리는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는 인생의 강물에 우리가 운명적으로 몸담고 있음을 절절히 깨닫게 된다.
◆ 내 존재 안에 새겨진 관계 그리고 부모의 흔적
“나는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어요.”
“평범한 게 뭔데 찰리?”
“그냥 잊혀지는 거죠.”
“아니야 찰리, 아이들 덕에 우리는 잊혀지지 않지.”(177쪽)
이 작품은 한 서평이 표현했듯이 “어머니의 위대한 사랑, 너무나 강해서 죽음조차 뛰어넘을 수 있는 사랑에 바치는 헌시”이다. 그러나 미치 앨봄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우리 삶을 가능케 하는 ‘관계’에까지 나아간다. 그것은 가족일 수도, 사랑 혹은 우정일 수도 있다. 누군가와 함께 했던 시간은 그 시간이 지나갔다 해도 영원히 우리에게 머물러 있는 시간이다. 지나간 어린 시절의 추억은 추억 그대로 우리에게 살아있는 것이며, 추억 속의 사람도 내게는 현실로 숨쉬는 사람이다. 이것은 ‘내’가 그 대상이 된다 해도 마찬가지다.
미치 앨봄은 이렇게 우리들 인간의 유한한 시간과 추억의 성질을 동양적인 인연과 관계의 문제로 승화시킨다. 그리움과 사랑이 인연이나 영원성의 다른 표현임을 절실하게 깨닫게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의 소설은 늘 긴 여운을 가지고 우리 가슴에 남는다.
◆사랑과 희망의 크기는 후회와 연민보다 늘 크다
“내 삶에는 취소하고 싶은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다시 살고 싶은 순간들이 많다는 뜻이죠. 그러나 바꿀 수만 있다면 꼭 하나 바꾸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 딸 마리아를 위해서 말이죠.”(237쪽)
또한 이 소설에는 우리들 인간의 삶을 만들어내는 요소들에 대한 성찰이 깊이 배어 있다. 우리 삶의 한쪽 편에는 후회, 죄책감, 절망, 이기심, 자기 연민 등이 놓여 있고, 다른 편에는 사랑, 희생, 용서, 희망 등이 놓여 있다는 것이다. 전자가 우리 삶을 무자비하게 지배하는 그 만큼이나 후자도 역시 우리 삶의 분명한 현실들이다. 우리 삶이 그래도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삶을 패배시키는 힘만큼이나 그것을 다시 일으키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나 혼자서가 아니라 관계에서 주어진다.
미치 앨봄은 이 작품에서 이러한 논법으로 우리 삶의 강퍅한 현실을 보듬어 안는다. 아픔과 연민과 회한이 가득한 상황으로 독자를 몰아가면서도 우리를 종내 따뜻한 눈물에 빠트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당신에게 단 하루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제 생각해보니 지나간 하루를 돌이킬 수 있었다는 사실이 중요한 건 아니더군요. 그리운 사람, 사랑했던 사람과 단 하루만이라도 더 보낼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하는 사람이라면, 그에게는 이미 그 하루가 주어져 있는 셈이니까요. 오늘 하루, 내일 하루가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들의 하루는 누구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쓰라고 주어진 하루죠.”(248쪽)
이 작품은 “단 하루 그리운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이라는 재미있는 가정으로 시작되는 소설이다. 그러나 작품 말미에서 작가는 ‘하루’의 의미가 사실은 주인공에게 주어졌던 꿈과 같은 하루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님을 말한다. 과거의 하루들이 오늘의 하루를 만들어가고 있음을 이해한다면, 우리들의 하루는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다. 인생을 이해하고, 사랑하고, 용서하고, 희생하는 하루 말이다.
미치 앨봄은 죽음과 삶, 과거와 현재, 후회와 용서, 부모와 자식 등등 무수한 반대항들과 시선들을 교차시키며 줄거리를 세심하게 짜 나간다. 가슴을 저미게 하는 감성적 필치 속에서도 인생의 깊은 지혜들을 너무나 자연스레 배치한다. 이 작품이 서툰 감상이나 상투적인 인생 훈화, 그 어느 쪽에도 빠지지 않고 문학적인 형상화에 성공한 이유이다.
목차
인생에서 가장 그리웠던 사람과 하루를!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의 작가 미치 앨봄의 신작 장편소설. 인생에서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단 하나의 사람과 지나간 하루를 다시 보낼 기회가 주어진다면?이라는 가정 아래 알콜중독자인 50대 남자 찰리와 어머니, 찰리와 딸 등 세대를 잇는 가족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따뜻한 문체, 치밀하게 짜여진 복선과 함께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전직 프로야구 선수인 50대 남자 찰리는 알콜에 빠져 사랑하는 아내에게 이혼 당하고, 심지어 딸의 결혼식에도 초대받지 못할 정도로 망가져버린 인생을 사는 남자다. 어려서 부모가 이혼한 후 어머니 밑에서 자라면서 늘 아버지의 부재를 어머니에게 원망하며 자라온 찰리는, 장성해서 가정을 꾸민 후에도 아버지를 만나느라 어머니를 방치한다. 중요한 가족 모임이 있던 어느 저녁, 어머니의 만류를 뿌리치고 찰리가 또 아버지를 찾아간 사이 어머니는 심장 발작으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에 내내 시달리던 찰리는 그 후 하는 일마다 실패를 거듭하고 알콜 중독에 빠져 가족에게까지 버림받는 처지가 된다. 그토록 사랑하던 딸의 결혼 연락조차 받지 못한 찰리는 자살을 결심하고 마지막으로 옛 고향집을 찾아가는데, 거기서 찰리는 멀쩡하게 살아계신 어머니를 재회한다. 하지만, 살아계신 어머니와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은 단 하루 뿐인데….
☞ 작가는 세 번째 작품인 이 책에서 죽은 이와 산 사람의 만남이라는 장치를 통해 우리 삶의 의미를 또 한 번 감동적으로 환기한다. 이를 통해 대를 잇는 가족의 관계와 떠나간 이에 대한 그리움, 못다 나눈 정에 대해 잔잔하게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