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자, 시골에 40일만에 뚝딱 집짓기
서울여자 전자책 발간에 즈음하여
서울여자 집은 2011년 3월2일 시작해서 다음 달 4월11일 끝났습니다. 해서 이 책의 제목을 『서울여자 40일만에 뚝딱 집짓기』로 정한 이유입니다. 이 글을 2020년 3월2일 쓰니까 서울여자 집을 시작한지 딱 9년이 흘렀습니다.
이 책을 다시 꺼내보게 된 것은 서울여자 책을 전자책으로 내기 위해서였습니다. 9년이 흘렀으니 그사이 목조주택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지만 요즘은 1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할 정도로 빨리 변하는 세상입니다.
목조주택 역시 많은 변화가 있지만 목조주택이라는 그 근간을 변하지 않았습니다. 지엽적인 문제, 즉 자재라든지 재료라든지 시공방법에 일부 변화가 있을 뿐입니다. 집은 오랜 세월 현장에서 혹독하게 검증받으며 자신의 영역을 구축해 온 분야여서 그리 쉽게 변할 수 없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하루아침에 없던 집이 뚝딱 생기는 그런 세상은 오지 않습니다. 다만 모듈러주택은 더 활성화될 것입니다. 인건비가 비싼 현실에서 공장에서 벽체는 물론 지붕까지 모든 작업을 마친 후 현장에 와서 조립해서 완성하는 방식은 더 활성화될 것입니다. 미국의 목조주택이 사실 이런 방식입니다. 모든 자재가 규격화되어 있어 조립만 하면 되는 시스템으로 개발된 것이 미국식 목구조주택이니까요.
저는 제에게서 집을 빼놓고는 이야기 할 수 없습니다. 그만큼 저는 집과 함께 살아왔으니까요. 그러나 집은 지을수록, 집을 알면 알수록 더 어렵습니다. 심지어 겁이 납니다. 우리나라는 집을 짓고 싶은 건축주를 위한 건축 혹은 시공 매뉴얼이 없습니다. 건축주와 건축사 그리고 건축주가 머리를 맞대고 자신이 지을 집에 대해 의논을 하고 설계를 하고, 설계한대로 집이 잘 지어지는지 아무도 봐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한 마디로 집을 짓기 위해 시스템이 전혀 갖춰지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하여 건축에 문외한인 건축주가 현장에서 알지도 못하는 건축과정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집을 짓는다는 것은 내 남은 인생을 걸어야 할 만큼의 도박입니다.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집을 짓지 말고 그냥 사십시오. 그럼에도 전원에 가서 살아야 한다면 이 세 가지만을 명심하십시오.
첫째, 집을 작을수록 좋다.
둘째, 집은 2층보다 1층이 좋다.
셋째, 집은 단순할수록 좋다.
이 세 가지만 명심 또 명심하십시오. 집 짓는 일이 잘 못 되었다 할지라도 작게 지으면 됩니다. 작게 단층으로 단순하게 지으면 집에 혹은 집짓는 일에 문제가 생겨도 작은(?) 일이 됩니다. 전원주택을 꿈꾸는 분들이 아셔야 할 게 또 있습니다. 전원에서 사는 문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살면 살지 못 살 이유가 없다는 분들 저도 많이 만납니다. 그러나 일주일에 한 번 주말에 가서 살아보는 것과 그곳에 집을 짓고 실제 사는 것과는 하늘과 땅 만큼 차이가 있습니다. 하루가 너무 긴 그곳에서 어떤 일을 하며, 어떤 소일거리로, 어떤 취미생활을 하며 한 달을 1년을 10년을 살 수 있을까요? 어쩌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고 하루하루 시간을 죽이며 살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집은 짓고 살아보기 전까지 알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전원에서의 삶 역시 그곳에서 살아보기 전까지 결코 알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래서 집을 짓는다는 것, 전원에서 산다는 것이 내 남은 인생을 거는 일이라고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