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어
슬픔과 아름다움과 두렴움과 죽음.
우리를 사로잡는 것과 우리를 놓아주지 않는 것에 관한 이야기
동인문학상, 현대문학상 수상 작가 조경란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작가는 경험한 것을 쓰게 되어 있고, 경험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의미는 삶과 죽음이라고 말하는 그는 이 작품을 통해 그 두 가지 의미를 쓰고자 했단다. '복어'라는 제목은 그래서 더욱 의미가 있다. 복어에게서 독을 알아채기까지 죽어갔을 무수히 많은 사람들. 그리고 독을 제거한 복어를 먹으며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또 무수히 많은 사람들. 『복어』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이자 동시에 삶에 대한 이야기다. 죽음 없이 삶이 없고 삶 없이 죽음이 없으니 당연한 이야기일게다.
작품은 두 화자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4부 67개의 이야기 중 홀수의 번호는 한 여자의 이야기이고 짝수의 번호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이들은 죽음에 대한 집안의 내력이 트라우마처럼 잠재해 있는 인물들이다. 한 여자는 죽는 것만 생각하며 죽음과 씨름하는 인물이다. 한 남자는 우연한 모임에서 한 여자의 얼굴에서 자살한 형의 잔상을 발견한다. 그후 그는 끊임없이 죽음의 충동에 시달리는 삶을 견디고 있는 그 여자를 기다리기 시작한다. 복어에 관한 책을 읽는 여자. 그도 모자라 복어를 배우는 여자를.
조각가인 '한 여자'와 건축가인 '한 남자'의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그들의 태생이 흙 한 줌에서 비롯되어 흙 한 줌으로 허물어지듯 그들의 직업 또한 그 운명을 쏙 빼닮았다는 점.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은 각자의 삶 속으로 깊이 침식했다가 서로의 삶 속으로 넓게 교차하며 빚어지는 다양한 컬러의 무늬로 빛을 발한다. 슬픔과 아름다움과 두려움과 죽음이라는 문학의 원형을 고스란히 담아낸 이들의 이야기는 가족의 이야기이자 사랑의 이야기이며 예술의 이야기인 동시에 이야기 그 자체가 된다.
주변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를 통해 인간의 고독과 우수를 부감시키며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깊이 있게 보여주는 작가 조경란은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6년 후에 서울예대 문학창작학과에 들어갔다. 대학에 들어가기 전 6년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렇다 할 인간 관계도 없이, 괴롭고 암담하게 그냥 막연히 책만 보며 세월을 지내다가 어느날 새벽 불현듯 무언가를 쓰기 시작하며 문학에 도달했다. 199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불란서 안경원」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조경란은 자신이 왜 소설을 쓰는 지 잘 모른다. 그러나 단지 분명한 것은 쓰고 있을 때가 가장 즐겁다는 것, 쓰고 있지 않으면 내가 존재하고 있기는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쓰기’라는 행위는 작가에게 매우 중요한 에너지의 원천이다.
점점 소설 속 인물들을 소통하게 만드는 등 폭력적인 세계, 타인과의 소통의 단절을 주로 그린 초기 작품 세계에서 점차 '긍정적'으로 변하는 모습이 주목되는 작가는 지인들과 맥주 마시는 시간을 좋아한다. 저서로는 소설집 『불란서 안경원』『나의 자줏빛 소파』『코끼리를 찾아서』 『국자 이야기』 『풍선을 샀어』, 중편소설 『움직임』, 장편소설 『식빵 굽는 시간』 『가족의 기원』 『우리는 만난 적이 있다』 『혀』, 산문집 『조경란의 악어 이야기』『백화점』 등이 있다. 문학동네작가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제1장
1 어떤 빛을 남겨야 한다면
2 한 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문
3 백白이 준 것
4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5 돌아오긴 할 건가?
6 흰 돌과 검은 돌로
7 소립자
8 집을 고르는 방법
9 그녀, 도쿄로 떠나다
10 그, 마로니에공원에서
11 익사체는 왜 주먹을 쥐고 있었을까
12 벌어질 수 있는 일
13 스위티를 먹는 시간
14 여자는 서쪽에
15 그렇다면 이제부터 넌 뭐든지 할 수 있겠구나
16 걸어서 십오 분
17 내가 만일 산다면
제2장
18 거긴 생선밖에 없습니다
19 츠키지 시장에서 본 것
20 왜 지금에서야
21 불안한 눈으로
22 그 사람, 여자야?
23 천의 거리
24 무덤이 많은 동네
25 복어를 사러온 손님이 아닌 것처럼
26 두려움만 없다면
27 한 여자와 독毒
28 옆에 누가 있는가
29 유품 정리인을 만나다
30 수용과 강화
31 밑선들
32 아름다움이 모두 사라진 상태
33 오브제의 힘
34 예술가는 모든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서 작품을 만들지 않는다
제3장
35 모리 미술관
36 두 가지 삶
37 이름들
38 마주 본 그림자
39 낯설지도 가깝지도 않은 사람과
40 개 한 마리와 사막에서
41 아버지는 어디 간 것일까
42 밤은 한 달처럼 길고
43 두 개의 거울
44 불안은 아무도 보호해주지 못한다
45 먹는 것은 죽는 것과 같은 맛
46 몸
47 빛도 소리도 없는
48 두려움 속에서라면
49 눈과 뼈
50 내 말 좀 들어요, 제발
51 슬픈 것도 무서운 것도 아닌데
제4장
52 십이월, 서울
53 그곳이 어디든
54 왜 그녀에게 가지 않니
55 사임은 말했다
56 그녀가 살아 있어서 다행인지 아닌지
57 부끄러움
58 이 세상에 진실이 오직 하나 있다면
59 빛이 빠져나간 자리
60 모든 이야기는 실패의 이야기가 아니라 시작의 이야기
61 두 사람
62 풍경
63 아버지의 노트
64 safe nest
65 한 여자가 한 여자로
66 앵두나무 지팡이가 땅을 두드리는 소리
67 지금보다 조금 더 빛나게 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