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준열의 시대
저평가된 시인 박인환을 사랑할 수 있는 전 시집
박인환은 왜 천재 시인 이상 때문에 죽었을까?
2016년은 박인환 시인 작고 6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이 책은 60주기를 기념해 새롭게 발굴한 2편의 시를 포함해 그가 생전에 남긴 시들을 총망라한 전집이다. 만 30세라는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지만 박인환 시인이 한국의 시 역사에 남긴 영향은 크다. 기존 시의 전통을 그대로 이어 가기보다 새로운 시 언어를 찾는 데 몰두했다. 흔히 그를 모더니즘, 댄디보이라는 수식으로 설명하지만, 이 책은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말하며 몰랐던, 저평가된 박인환의 시 세계를 깊이 있게 읽고자 한다. 시들의 구성 역시 발표순이 아닌 주제별로 묶었다. 「세월이 가면」 「목마와 숙녀」만으로 알려진 박인환 시 읽기를 더욱 풍부하고 깊게 해 줄 것이다.
따라서 시의 내부 세계에만 몰두했다는 평가와 달리 사회 참여에 적극적이었던 ‘사회주의자 박인환’을 볼 수 있다. 한국 전쟁을 겪는 가족과 사회, 1950년대 소시민의 풍경, 미국 여행 체험에서 느낀 감정을 담은 시, 반공주의자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고향과 계절 자연을 노래한 서정적인 시에서 마음을 울리게 하는 시의 힘을 느낄 것이다. 박인환 시는 여러 신문사, 문예지에 발표함으로써 판본이 다양하다. 그러나 생전 그가 시집으로 엮어 낸 책은 『박인환선시집』 한 권이 유일하다. 『박인환선시집』의 원문을 최대한 살리되 외래어나 표기는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현대 규정에 맞게 바꾸었다. 또한 시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주석은 시와의 거리를 더욱 가깝게 할 것이다.
이상 시인을 사랑했던 박인환 시인은 이상 추모제에서 술을 마시고 심장마비로 죽는다. 아이러니하게도 마지막 발표작 역시 이상에 대한 시였다. 이러한 이야기들이 담긴 민윤기 시인의 ‘박인환 시를 위한 여행’에서는 박인환 시인을 느낄 수 있는 공간들(명동, 인제, 종로 등)을 소개하고,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알 수 있게 했다. 평론가 이충재의 해설, 박인환 연보, 발표 작품을 정리한 목록들 역시 그의 시 세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