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 글과글사이 세계문학 영미시선집 시리즈 015 |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로 시작되는 시집 《황무지》(1922)는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초유의 사건이 초래한 정신적 혼미와 황폐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보다 인류보편적인 큰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엘리엇의 대표작이자 거의 모더니즘 선언서처럼 간주되고 있지만, 정작 엘리엇은 60대에 쓴 한 비망록에서 《황무지》의 정신적 배경이 자신의 불행한 결혼생활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황무지》는 1922년 10월, 엘리엇 자신이 운영하던 문예비평지 《크라이테리언》에 처음으로 발표되었다. 시집 1면에 적혀 있는 “한층 훌륭한 예술가 에즈라 파운드에게 바친다”(For Ezra Pound, il miglior fabbro)라는 헌사는 이 작품의 내용에 파운드가 크게 기여했다는 솔직한 고백이자 그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다. 《황무지》가 시집의 형태로 출간된 것은 1922년 12월 미국에서였다. 본래의 원고는 이 유명한 시구 앞에 54행이나 더 있었고, 세상에 선보인 작품의 길이보다 거의 2배 가까이 길었다고 한다.
<황무지>가 출간되었던 해인 1922년은 엘리엇 개인적으로 불행이 겹치던 시기였다. 몇 해 전 그의 부친이 작고하였고, 그의 아내 비비안 헤이우드(Vivien Heigh-Wood)와의 결혼생활에서 오는 불행이 연이어 겹치게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시를 개인적인 자서전으로, 혹은 붕괴하는 사회적 그림자에 대한 비판과 성배의식 및 영적 재탄생의 종교적 알레고리 등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 작품은 제시 웨스턴(Jessie L. Weston) 여사의 <종교의식에서 로맨스까지(From Ritual to Romance)>라는 작품의 성배전설에 관한 연구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여기서 죽음이란 황무지 인간들의 정신적 황폐함을 의미하며, 황무지의 정신적 죽음으로부터 회복은 영적 생명의 부활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전체를 5부로 나누어 마지막에는 황무지에 단비가 가까워진다는 암시로서 우렛소리가 산스크리트로 울리는데, 이는 절망의 밑바닥에서도 종교적인 구원이 보이는 것을 의미한다.
글과글사이 세계문학 영미시선집 시리즈 제14권부터 제15권까지 2권은 T. S. 엘리엇(Thomas Stearns Eliot) 시선이다.
제15권 T. S. 엘리엇(Thomas Stearns Eliot) 시선 II 《황무지(The Waste Land)》는 표제로 삼은 엘리엇의 장편 <황무지>를 포함해 총 17편의 시를 우리말로 번역하여 영어 원문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저자소개
저자 : T. S. 엘리엇
시인 토머스 스턴스 엘리엇(Thomas Stearns Eliot)은 극작가와 평론가로서도 매우 탁월한 업적을 남긴 위대한 작가였다. 지금도 널리 쓰이는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는 구절, 뮤지컬 《캐츠(CATS)》의 원작이 된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Old Possum's Book of Practical Cat, 1939》 등으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시인이다.
그는 1888년 9월 26일 미국 중부 미주리 주의 세인트루이스(St. Louis, Missouri)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헨리 엘리엇(Henry Ware Eliot, 1843-1919)은 성공한 사업가로, 세인트루이스 한 벽돌 회사(Hydraulic-Press Brick)의 사장이었고, 어머니 샬럿 스턴스(Charlotte Stearns, 1843-1929)는 시를 쓰는 사회사업가였다.
엘리엇은 1906년에 밀턴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하버드 대학교에 입학하여 영문학과 철학을 전공한다. 그는 4년 과정을 3년 만에 마치고 1909년에 학사학위를 받은 후, 1910년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1911년까지 소르본(Sorbonne)에서 철학을 연구하면서 유명한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Henri Bergson)의 강의를 듣는다. 1914년에는 옥스퍼드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건너간 런던에서 장차 그의 문학적 스승이자 길잡이 역할을 하게 되는 미국시인 에즈라 파운드(Ezra Pound, 1885-1972)를 만나게 된다.
이후 엘리엇은 다양한 직업을 경험하며, 시인으로서, 철학자로서의 이력을 착실하게 쌓아간다. 그리고 1916년에 하버드 박사학위 논문 《브래들리 철학에 있어서 지식과 경험》(Knowledge and Experience in the Philosophy of F. H. Bradley, 1964)을 마침내 완료한다.
한편 엘리엇은 1920년 파리로 떠난 짧은 여행에서 소설가 조이스를 만난다. 이후 두 사람은 깊은 우정을 나누게 되는데 1922년에 함께 출간된 엘리엇의 《황무지》와 조이스의 《율리시즈》는 모더니즘의 대표적인 시와 소설이 된다.
1927년 6월 29일, 엘리엇은 삼위일체를 인정하지 않는 유니테리언교도(Unitarian)에서 영국 성공회 신자로 개종하고, 그해 11월에 시민권을 취득하여 정식으로 영국 국민이 된다. 그리고 2년 후에 나온 한 책(For Lancelot Andrewes: essays on style and order, 1929)의 <서문>에서, 엘리엇은 자신을 “문학에 있어서는 고전주의요, 정치에 있어서는 왕당파요, 종교에 있어서는 앵글로-가톨릭”이라고 소개하고, 한 30년 후에 자신의 종교관에 대해 다시 “가톨릭 성향의 정신, 칼뱅파의 유산, 청교도 기질”을 모두 지니고 있는 사람이라고 부언한다.
현대의 모더니즘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평가받는 《황무지(The Waste Land, 1922)》 외에도 《프루프록 및 그 밖의 관찰(Prufrock and Other Observation, 1917)》, 《4개의 사중주(Four Quartets, 1943)》, 시극(詩劇)에 해당하는 《바위 (The Rock, 1934)》, 《성당의 살인 (Murder in the Cathedral, 1935)》, 《가족의 재회 (The Family Reunion, 1939)》, 《칵테일파티 (The Cocktail Party, 1949)》 등의 작품이 있다. 1948년, 엘리엇은 현대시에 탁월한 선구자적 기여를 한 공로로 노벨문학상을 받는다.
역자 : 김천봉
편역자 김천봉은 전남 완도에서 태어나(1969년), 안타깝게도, 몇 년 전에 폐교된 소안고등학교를 졸업하고(1988), 숭실대학교에서 영문학 학사(1994)와 석사학위를 받았으며(1996),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셸리 시의 생태학적 전망』이라는 논문으로 영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2005년). 인하대학교, 인천대학교, 아주대학교와 가천대학교에 출강하였고 지금은 주로 숭실대학교와 고려대학교 영문과에 출강하고 있다. 프리랜서 번역가로서 주로 영미 시를 우리말로 번역하여 국내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는데, 그동안 『겨울이 오면 봄이 저 멀리 있을까?』, 『서정민요, 그리고 몇 편의 다른 시』, 19세기 영국 명시 시리즈 6권, 19세기 미국 명시 시리즈 7권, 20세기 영국 명시 시리즈 8권, 『이미지스트』와 『이미지스트 시인들』, 『왜, 누가 수많은 기적을 이루나?』, 『희망의 식탁은 행복밥상』, 『오직 앓는 가슴만이 불변의 예술작품을 마음에 품는다』, 『사랑도 가지가지』, 『외로운 마음밭에 꽃詩를』, 『쓸쓸한 마음밭에 꽃詩를』, 『허전한 마음밭에 꽃詩를』, 『19세기 영미名詩 120』, 『사랑에게 다 주어라』, 『봄여름가을겨울 바깥풍경마음풍경』, 『여름의 보들보들한 징후, 빛과 공기의 은밀한 정사』, 『슬픈 마음밭에 꽃詩를』, 『새벽처럼 차갑고 열정적인 詩』 등을 출간하였다.